음악과 영상에는 재생 시간, 즉 러닝타임이 존재한다. 그러나 책이라는 매체는 따로 읽는 시간을 지정하지 않고, 독자에게 자율성을 맡긴다. 그러나 만약 러닝타임을 가지는 책이 존재한다면? 언제나 빨리빨리, 짧은 호흡으로 정보를 습득하려는 열망으로 들끓는 현시대에 그러한 책이 출현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과연 4분짜리 책이라는 것은 어떠한 형태를 갖추고 있을까? 독자가 4분동안 선형적 흐름을 따라 책 속 텍스트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실험하고, 조판하고, 책으로 제본해본다.긴 영화와 짧은 음악을 4분짜리 러닝타임의 '책'이라는 매체로 전환시킨다.
4분으로의 압축을 경험하기
일반 성인이 보통 1분에 500~700자 정도의 속도로 독서하기 때문에 4분을 기준으로 약 2000~2800자를 읽을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94분짜리 영화 ‘시월애’ 를 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속표지와 목차 등에 200자를 할당하고 그를 제외한 본문을 구성하는 글자수는 2600자가 되도록 설정한다. 각 페이지마다 일정한 쪽수번호 대신 영화에서의 94분을 쪼갠 분단위의 시간대를 유동적으로 부여한다. 각 페이지 본문에는 해당 시간대에 영상에 나왔던 프레임들을 설명하는 텍스트가 실리도록 한다.
작업 과정
1. 영화의 러닝타임 94분에서 각 1분에 나오는 내용을 순서대로 정리한다. 텍스트의 경우 상황 묘사, 인물의 대사, 인물의 감정 등이 포함된다.
2. 94페이지 본문 텍스트 글자수가 총합 2600±5(자)가 되도록 글자수를 조절한다. 각 페이지마다 약 10자~100자의 글이 수록된다. 구체적인 설명과 묘사가 생략되고 요점만 제시한다. 약 3번의 전체적인 조정이 이루어진다.
3. 글만 있는 페이지, 글과 사진이 함께 있는 페이지, 사진만 있는 페이지로 나뉜다.
4. 94분의 스크린샷을 추출한다.
5. 이미지가 반드시 필요한 페이지를 정리해보고 이미지를 선별한다.
6. 키 컬러에 맞게 이미지를 보정한다.
7. 조판한다.
자크 데리다의 ‘해체’ |
요나스 메카스와 피터 쿠벨카의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 |
미국의 작곡가 존 케이지(왼쪽 사진)가 1952년 발표한 〈4분33초〉의 악보 |
박력과 생기 force and liveliness |
Teatro del Mondo 베니스 세계극장 by 알도 로시 Aldo Rossi 1979 |
Chora L Works: Jacques Derrida and Peter Eisenman |
박력과 생기 force and liveliness |
Teatro del Mondo 베니스 세계극장 by 알도 로시 Aldo Rossi 1979 |
Instagram: @purrenjin
Mail: 1225chay@gmail.com